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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2 01:25:08

 

 

무더위는 가시지 않았지만, 9월에 들어선 순간 바람이 차가워져, 어제까지 참아왔던 것처럼 단번에 마르지 않는 눈물처럼 가을비가 내리고 있어요. 알고 있었지만, 여름이 끝나버렸네요. HKT48의 여름의 끝은 특별하게 반짝였어요.


어느 것부터 써야 할까요. 지금의 기분은 뭘까요. 쓸쓸해서, 괴로워서, 만나고 싶어서, 많이 좋아한다는 걸.

어제의 낫짱은 정말로 정말로 아름다워서, 뭘 떠올려도 그 아름다움에 모두 빨려 들어가 버릴 만큼 아름다웠어요.
드레스도 자태도 그렇지만, 11년이라는 시간의 모든 것, 분명 지금까지의 기쁨도 괴로움도 모두 ‘즐거웠어’ 라는 폴더에 담아낸 낫짱의 마지막 모습 같은 것이, 낫짱의 각오랄까, 의지랄까, 그것들이 한가득 느껴져서 아름다웠어요.

처음부터 모든 것이 ‘즐거웠다’고 담아내는 것도 분명 가능하겠지만, 싫구나, 힘들구나, 라고 여겨지는 것도 엄청 민감하게 담아 낼 수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낫짱에게 도움 받았었다고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리허설부터 모두가 눈물바다였지만, 왜인지, 저는 그 현실을 직시하고 싶지 않아서, 아키~ 드레스 어떤 색일 것 같아~? 라는 말을 들어도, 반항아같은 반응 밖에 할 수 없어서,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드레스를 보고나면 끝나버리니까, 바닥에 앉아 누군가의 뒤에 숨어 드레스가 보이지 않도록 ‘너에게 웨딩 드레스를’(君にウェディングドレスを)의 리허설을 보고, 그런 아이같은 일을 할 만큼 어제의 끝을 마주하기 싫어서. 그런 제 자신을 보며, 아~ 끝나버렸다, 라고 생각하면 무릎을 감싸 앉고 울어버릴 만큼, 끝내고 싶지 않았고, 끝나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래도 낫짱 앞에선 왜인지 통 눈물이 나지 않아서, 안심했으면 하는 마음과, 아직은 걱정을 끼치고 싶은 마음이 섞여 뒤죽박죽이 되버려서.

그 뒤 바로 ‘언제나 곁에 있어’(いつだってそばにいる)의 리허설이 있어서, 제가 처음 본 드레스 모습은 뒷모습으로, 지금까지 줄곧 지켜봤던 뒷모습으로, 그 화사한 어깨는 역시나 위대해서, 괴로워서, 그럼에도 가만히 잡아 준 손을 저는 잊지 못할 거에요.
역시 낫짱은 언제나 모든 것을 알아줘서, 그럼에도 억지로 밀어 붙이지 않고, 늘 그렇게 손을 내밀어 줬으니까.

그렇게 대기실에 돌아오면 또 언제나처럼, 노래 안 좋았어? 라고 물어봐주는 낫짱이 있고, 거기에 답하는 제가 있어서, 평소엔 부르지 않는 노래 얘길 언제나처럼 나누고, 또 언제나처럼 공연이 시작되고, 평소엔 입지 않는 의상이 걸려있고, ‘이사했습니다’(引っ越しました)까지 왔고, 끝나지 않았으면 하고 내내 바랐어요.

오랜만에 부른 2절의 첫 소절, 낫짱이 이쪽을 봐줬을 때, 끝나는구나 싶어서, 최고의 추억으로 삼고 싶어서, 미소가 넘쳐나서, 저와 낫짱의 만남부터 쌓아 온 시간들은 이런 것들이구나 싶어서.
그래도 역시, 실은 다가오지 않는 후렴에서 언제부턴가 다가와 주었던 것들과, 누구의 안무보다 너무 좋아해서 그렇게 되고 싶어서 몇 번이고 뒤에서 훔쳐봤던 간주들과, 그 섬세한, 그러나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들이 더는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도 함께 떠올라서, 정말 뭐랄까요, ‘이사했습니다’는 정말, 좋은 곡이에요. 이런 날 너무 잘 어울려서 괴로워요.


그렇게 졸업 파트가 시작되고선 그야말로, 길었을 테지만 찰라 같아서. 마츠오카 팀H로 부른 ‘전석’(*転がる石になれ(구르는 돌이 되어)의 줄임말), 낫짱이 선두에 선 팀H가 역시 너무나 좋았어요. 제가 자라온 팀H는 그 기억뿐이지만, 낫짱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음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자랑으로 삼고 싶어요.

승격하고 처음 맞이한 시어터(*‘극장의 여신’ 공연)


첫 팀H 단독 무대를 선보였던 리퀘스트 아워


그리고 키미도코(君とどこかへ行きたい). @JAM은 쓸쓸함에 마음을 열지 못했지만, 어제는 정말로, 그래 그래 이거야! 라는 마음으로, 그래도 마지막이기에, 단 1초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도록 내내 음미하는 시간이었어요.
간주의 발차벨 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벌써 떠나는구나 싶어서 무너진 둑처럼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 그런 와중에 낫짱이 눈을 맞춰주니까, 더 멈출 수 없게 돼서.
여행을 떠나는 노래이기도 하지만, 저와 낫짱의 추억이 가득한 노래니까, 분명 앞으로도 계속 이 노랠 부를 때마다 낫짱을 떠올릴 거에요. 그도 그럴게 이 여름은 특별하니까. 잊어버릴 리 없어요.


그 다음 일은 잠시 접어두고,
급하게 카메라를 챙겨 객석 쪽으로 가서, 여러 감정들로 지켜보던 와중에 초창기부터 함께한 스태프 분이 옆에서 조용히 울고 계셔서, 낫짱의 마지막을 여러 분들이, 정말 다양한 분들이 아쉬움 속에서 두 눈 가득 그 모습을 담고 계셔서, 그 안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있고, 추억이 있고, 여러 사람들 속에 두루 휘감긴 기억들은 낫짱이 각각 함께 보내온 시간들이었음을 생각하며,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되었어요.

나츠마도(*마츠오카 나츠미, 모리야스 마도카)는 역시나 역시나 멋지고 최강이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끼어들지 못한 것만은 후회로 남지만, 누구보다 두 눈 가득 담았고 필름 가득 담았으니까 그걸로 좋아요. 우연이지만, 마도짱 졸업 콘서트와는 반대편에서 찍었다는 게 재미있네요.
무엇이든 ‘운명’을 붙이는 건 좀 아닌 것 같지만, 그런 부분도 나츠마도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겨우 정면으로 마주한 드레스.
정말로 정말로 아름다웠어요. 조금은 검은 빛의 핑크도, 보라색으로도 비치는 푸른 리본도, 많은 튀르도, 낫짱에게 가장 어울리는, 많은 사랑이 담긴 드레스였어요. 머리도 화장도, 모두에게 사랑받고, 모두를 사랑해 온 낫짱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는 졸업 풍경이었어요.

노래도, 총선거는 괴로웠지만 경험해 봤으면 한다는 낫짱의 말은, 이런 부분에서도 나오는구나 싶었어요. 낫짱과 낫짱의 팬 분들에게 있어 소중하고 귀중하며 여러 추억과 기억이 담긴 곡이라는 게 느껴지는 딱 맞는 노래였어요. 너무 아름다워서 괴로울 정도였어요.


내면 역시 그렇지만, 낫짱이 주인공이면서도 할 말을 잊어버려 곤란하면 주변에게 물어보는 점도, 살짝 올라가는 말끝도,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으려고 도중에 보충하는 점도, 끝으로 HKT48에 대해 말하는 점도, 모두모두, 몇 번이고 들어온 낫짱의 이야기였어요. 당연하지만, 끝까지 우리 모두를 사랑하고 힘이 되는 낫짱이었어요.

마지막으로 낫짱이 준 답가.
그렇게 불안해하던 노래가, 지금까지 중에 가장 멋지고, 그렇게까지 해주면 더 아쉬워 할 이유가 없어져 버릴 텐데, 다 해내고 여행을 떠난다는 게 정말 얄미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낫짱이겠지요. 즐거웠다 말하며 여행을 떠날 만큼, 기뻐서 애달픈 배웅은 아니지만, 정말로 정말로 멋진 졸업공연이었어요.


그리고 다시, 그런 낫짱으로부터 팀H 캡틴을 이어 받게 되었어요.

알게 된 것은 정말 어제 그 장소였지만, 낫짱의 여러 곳들에서의 인터뷰와 메일을 읽으면서,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길까? 하는 각오는 하고 있어서. 하지만, 누가 되더라도 힘을 보태려는 각오도 함께였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그런 것이려나? 싶어서. 그래도 막상 듣게되니, 엄청 무서워 졌달까, 게다가 처음 알게 되는 무거움 같은 걸 느끼면서, 낫짱은 그런 것들을 줄곧 짊어지고 왔다는 걸, 아는 줄 알았지만 전혀 알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럼에도 낫짱이 해 온 역할이, 낫짱이라서 해 온 것인지, 캡틴이라서 해 온 것인지, 그것도 잘 모르겠어서, 그도 그럴게 우리에겐 그게 낫짱이고 그게 전부였으니까.
그래서 축하한다는 말도 감이 오질 않아서, 힘내라는 말도 무리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고맙지만, 모두가 말할 정도로 폭주했다는 자각도 실감도 지금은 솔직히 전혀 없어요. 아직 어딘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지만요.
나로 괜찮은 걸까? 싶은 마음이 가장 먼저 들게 되지만, 여러 분들이 여러 일들을 생각하고 맡겨주신 것일 테니까, 그런 마음은 생각하지 않고 노력해 보려고 해요.

여름은 눈부시고, 반짝거리며, 추억이 너무도 많아서, 눈부신 나날의 모든 기억이 햇볕에 그을린 자국처럼 남아서 가을을 맞이한 순간 쓸쓸함을 느낄지도 모르겠지만, 가을은 세상이 물드는 계절이에요. 여름의 계절에 흡수된 각각의 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계절이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존재만으로도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도 좋아하는 일만 하는 사람이니까! 그걸 받아주는 사려 깊은 HKT48을 사랑하니까.
더욱 더 모두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만큼 할 수 있는, 그것을 무기로 삼을 만큼의 개성파 집단이 되면 좋을 것이고, 그 안에서도 지금까지 선배들이 소중히 해온 것들, 이어져 내려온 것들을 심지 삼아 잃어버리지 않도록 소중히 지켜 나가고 싶어요.
서로 도와가면서, 서로 의지하면서, 모두의 응원을 받아가며 저 나름 노력할 테니까, 부디 앞으로의 팀H, 앞으로의 HKT48도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하면서도, 캡틴 발표 후의 표정, 낫짱과 닮아서 웃어버리고 말았어요.


마지막으로 낫짱에게.
지금까지 11년간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그리고 많이많이 고마웠어요.
낫짱의 팀H에서 성장할 수 있어서, 낫짱이 이끄는 HKT48에 있을 수 있어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좋았다고 느끼고 있어요.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사함으로 가득해요.
어제 다시금 이야기를 주고받을 시간은 별로 없었지만, 그 때 눈으로 전해 준 것들이 모든 것이라 생각하고, 저는 분명 그것들을 잘 받아 안았을 거에요. 줄곧 낫짱을 봐 왔으니까. 아직은 작은 목소리로 밖에 말할 수 없지만, 맡겨주세요. 앞으로의 HKT, 낫짱이 분하다고 여길 정도로 키워갈게요. 그러니까 계속 지켜봐 주세요. 봐주지 않으면 게을러 질 것 같으니까, 제대로 지켜봐줘요.
그리고, 언제나 모두의 일만 생각해 왔으니까, 이제는 낫짱이 한 사람으로서, 누구보다도 행복했으면 해요. 낫짱이 웃는 얼굴로 있어 준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혹시라도 뭔가 있을 땐 우리가 여기 있으니까, 언제든 만나러 와주세요. 정말 언제라도 정말 기다릴게요.

앞으로 낫짱의 인생, 어느 누구도 낫짱의 마음 흐리게 하는 일 없이, 여름 하늘처럼 맑은 매일이 계속 이어지길.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