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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9 18:30:19

 

 

정말 사랑하는 아이가 있어요.

하지만, 정말 사랑하는 아이를 정말 사랑하게 된 이유는 전혀 기억나질 않아요.

기억하진 못하지만, 정말 사랑해서 좋았다고, 틀린건 하나도 없었다고 지금, 떠올려요.

 

 

폼 잡는 듯한 느낌일까봐 스스로는 그닥 말하지 않았지만, 여러 사람들의 일을 생각하고, 기분을 맞춰주고, 솔선하는 것으로 일이 고쳐진다면 망설임 없이 솔선하는 그런 사람. 아무렇지 않은듯 티 내지 않고, 그늘 밑에 있음이 미학이 된 사람이라서, 보고 있으면 서글퍼졌고, 스스로 말하지 않는 만큼 모두가 좀 더 알아줬으면 했고, 보답 받았을 땐 정말로 그 누구보다 기뻤어요.

 

이름 그대로, 사람들의 일을 생각하는 아이. 더 못 버틸 것 같을 때, 누군가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잖아요. 소노짱은, 마치 모든걸 지켜 보고 있었던 듯 언제나, 그런 말을 건네줬어요. 누군가의 어떤 말도 가시 돋히게 들려올 것 같은 때에도, 소노짱의 이야기만은 왜인지 슥 하고 들어와서, 저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약과 같은 그 말을 삼키며 다시 일어서곤 했어요.

 

그 한편으로 저는, 사실로서의 매력을 설파하는 것 정도 밖에 할 수 없지만, 소노짱은 그것 역시 소중히 간직해 주었을 것이라 자부하고 있어요.

우리 마음의 천칭은, 기울어 진 듯 언제나 옆자리에 있었다고, 믿을 수 있음이 마음으로부터 행복해서, 그리 믿을 수 밖에 없는 일들을, 여러분께 나눠 드린 것의 몇 배 이상 거치며 왔어요. 조용하게, 조용하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셀 수 없을 만큼 함께 외출했던 것도 아니고, 서로의 교우 관계로 말하자면 좀 더 다른 쪽에도 있어요. 물론 친하지만, '친한 멤버'라는 말로는 어딘가 간질거려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하지만, 역시 소노짱은 소노짱 밖에 없어서, 소노짱은 분명 그걸 알고 있고, 소노짱에게 있어서도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이미 몇 개월 전부터, 조금씩 조금씩, 오늘이란 날의 준비를 해 주고 있었어요.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소노짱과 보고 싶었던, 소노짱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풍경이 아직 많이 있었어요.

 

괴로워서, 슬퍼서,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이를테면 제가 소노짱처럼 무언가 약이 되는 말을 건네줬더라면, 조금 더 함께 할 수 있었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오늘은 와버렸고. 그래도 아직, 내가 무언가 해줬던 게 있을까 생각하게 되요. 소노짱은 몇 번이고 저를 도와줬는데, 라며.

 

 

며칠 전 갑자기 걸려온 전화. 뚫어져라 쳐다보던 천장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서로의 눈물이 멈추질 않아서, 끊는 것도 아쉬워서, 바이바이 한 뒤에도 흐르는 시간을 바라보며, 서로 웃고 또 계속 말하고. 그런 시간마저 그리워서, 하지만 그렇게 만드는 건 졸업이 있기 때문이라는 얄궂음이 괴로웠어요.

 

그 때도 소노짱은, 언제나 말해줬으면 했던 이야기를 해 줬어요. 소노짱도 분명, 무언가 들을 수 있길 바라며 걸어준 전화일텐데, 또 나만 도움을 받는구나, 역시 이길 수 없구나 싶었어요. 정말 사랑하는구나, 싶었어요.

 

그 사랑의 계기는 역시 기억나질 않지만, 그 사랑의 정체는 알았어요. 소노짱의,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과, 저를 생각해 준다는 사실. 그러니까 저는, 소노라는 본질 그 자체를 사랑하는 거에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얼마나 그 마음에 보답할 수 있을까요. 얼만큼의 시간이 주어져도 모자라겠지만, 주어진 시간 동안 힘껏, 소노짱을 생각하고 끄집어 낼게요.

 

전혀 괜찮지 않고, 괜찮은 척 해도 모든 것을 간파하는 소노짱 앞에서 괜찮은 척 할 생각도 하나 없지만, 가능한 웃는 얼굴로 기억을 쌓아갈 수 있도록.

 

 

그러고보니 일전의 소노짱, '동기의 졸업 발표에 함께한 적이 없어' 라고 슬쩍 말한 적이 있어서, '그럼 소노가 H에서 할래?' 라고 웃으며 말했던 적이 있는데, 함께 할 수는 있었어요. 이 때는 말이죠~ 괜찮았었는데, 뒤에서 소노짱과 만난 순간 안되겠더라고요~

 

소노짱도 애 썼을 거에요, 정신을 차려보니 서로 끌어 안고 있었어요.

 

 

아~~정말

정말 사랑해

얼만큼 말해도 가볍지 않은 사랑이고, 이렇게 사랑하고 싶지 않았을 만큼

사랑해

사랑스러워서, 귀여워서, 멋있어서, 정말

모든 게 다 사랑이야

계속 계속 사랑할테니까

소노짱은 소노짱 그대로

어디까지나 자유롭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