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 보기

 

-

 

안녕하세요.

이제 며칠 밤이면 정월, 이라는 정도로 가까워진 내년을 깨닿는 오늘이에요.

 

오늘은 사진을 현상해 왔어요.

요 근래 졸업은, 현상된 사진을 볼 때, 그리고 이 블로그를 쓸 때, 겨우 제 안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HKT48의 무라시게(안나) 상, 마지막 날.

매니저 상에게 부탁해서, 극장 카메라 옆에서 촬영했어요. 시게 상은, 토요나가의 사진을 좋아해 준다고 자부하기 때문이에요.

자의식 과잉일지도 모르지만, '아키짱 찍어줘~'라는 말에, 몇 번이고 마음 깊은 울림이 전해졌기에, 그 말 그대로 받아들여, 마지막 시게 상을 파인더 너머로 계속 쫒아갔어요.

 

시게 상은 어떤 사람일까, 많은 답이 전해져 오겠지요. 하지만 저는 줄곧, 사랑의 사람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사랑하는 것이란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사랑은, 믿음 위에서만 이뤄질 수 있고, 허나 믿음은 어려운 일이고,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며, 때로는 집착같은 말이 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시게 상은, 언제나 HKT를 사랑하고, 멤버를 사랑하며, 설령 그렇지 않은 때가 있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결국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런 시게 상을, 멤버 또한 사랑하고 있어요.

 

재미있는 말을 하지 못하면 함께 있을 수 없을 듯한 느낌이 들어서, 미움 받기 싫어서, 쉽사리 말을 거는 것도 말을 이어가는 것도 할 수 없었던, 그런 시간이 많았음을 지금은 엄청 후회하고 있어요. 좀 더 평범하게 말을 걸었다면, 좀 더 즐거운 시간이 엄청 많았을텐데.

 

그래도 시게 상은 사실 제대로 봐주셨고, 곧잘 스스로도 깨닿지 못했던 것을 많이 알려줬어요. 그렇게 HKT 멤버를 많이 봐주고, 애정을 갖고 대해준 게 시게 상이었구나. 그 증거로, 는 아니지만, 생탄제 때 그렇게 말 해줬던 게 정말 정말 기뻐서, 그 때 뿐이지 않은 진심어린 말들에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시게 상은 기억할 지 모르겠지만, 의지 MV에서 저와 시게 상이 앞뒤로 서서 댄스 신 V를 볼 때, 가장자리 둘이서 엄청 열심히 춘다고 말해줬던 게 저는 엄청 기뻤고, 그 MV의 기억 속엔 언제나 시게 상이 있어요.

 

이즈음부터 조금씩 추억이 늘었고, 기리기리(*눈물의 표면장력)로 놀림받던 투어도, 땀 범벅 천지 여름 축제도, 스무살 카운트다운을 해 주셨던 무대 연습장에도, 카네마루 선생을 매일 소파에서 들으며 대기하던 의리없는 전쟁도, 함께 기차놀이 했던 8주년도, 시게 상 센터 콘서트도, 매년 가장 먼저 시게 상을 찍었던 리퀘스트 아워도. 우리의 중심엔 언제나 시게 상이 있었어요.

 

후배인 우리는 못 미더운 부분이 많아서, 내심 말하고 싶지 않았을 것을 말하게 만들거나, 한숨 쉬게 만드는 일도 많았을 거에요. 그럼에도 그 때마다, 제대로 응답하고 싶은 제가 있었어요.

 

그리고 이상한 인연으로 함께 공연을 하게 되었을 때, 다시금 생각했어요. 거기에 저는 시게 상의 댄스도 노래도 정말 좋아해서, 함께 노래할 수 있는 것이 즐겁고, 함께 만드는 하트가 기뻐서, 조용히 이렇게 좋아하는 걸 시게 상은 아마 모르시겠지만, 아무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음이 그 날의 저로선 꿈만 같아서,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기뻐서.

시게 상은 그런 존재였어요.

 

그리고 이야기를 돌려 졸업 공연.

 

지금, 달은 차오른다 공연에서 'LOVE ME DOOO'

 

한다는 건 들었지만 곡은 어떤지 전혀 몰랐어요. 정말 너무 너무 좋았어요!! 최강의 Girl들이 여기 있었어요!!! 러시아어 최고!!! 정말 천재!!! 모든 것이 천재!!!

 

이렇게나 핑크색이 어울리는 사람들 또 없을 거에요.

 

이 이야기는 다음에 또 쓰겠지만, 그저 받아들이고 끝내고 싶지 않더라도, 그 위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건,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해도 정말로 정말로 어려운 일이라서, 그럼에도 이번에 시게 상이 열어 준 바늘 구멍을 넓혀갈 수 있도록, 여기서부터 우리들은 노력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길을 떠나는 사람은 모두 가장 아름다워요.

 

그리고, 당신이 있어 주었기에.

시게 상에게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팬들의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 위에서 이 곡을 들으면, 괴롭고 슬프지만 상냥하고, 따뜻했어요.

 

삼색의 자수가 들어간 드레스는 아름답고, 다른 누구와도 다른 시게 상만의 드레스로, 그러나 이 또한 사랑이 담긴 드레스로, 그 사랑을 듬뿍 받을 만큼 사랑의 사람인 것 또한 시게 상이라서.

 

화려하지만 다정하고, 섬세하며, 참으로 시게 상 다운 드레스가 담아낸 시게 상의 오렌지 빛.

 

그 빛에 안긴 채 노래하는 1기생 선배들의 석양을 보고 있는가.

 

줄곧 눈 앞에 있던 선배가, 늘 있지 않을 수 있음도, 이 수 개월 동안 싫어질 만큼 느껴왔어요. 그리고, 균형이 바뀌는 흐름이 너무도 빨라서, 쓸쓸함이 전신에서 쓸려 나가고 있음을 매일 느껴요. 그런 쓸쓸함은 사라지지 않더라도, 어두운 불안함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일어서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안되겠죠.

 

그리고, 이 때의 시게 상이, 장행(*송별)회의 사쿠짱과 겹치며, 졸업을 가장 크게 실감했어요.

 

일전에 시게 상이 메일로, 올곧다고 써주신 적이 있지만, 저는 오히려 시게 상이야말로 어떻게 그만큼 올곧게 누군가를 생각할 수 있을까, 떠올리곤 해요.

가족에게, 팬들에게, 주변의 모두에게, 사랑하는 선배에게, 멤버에게, 어느 쪽으로도 올곧은 시게 상이 저에겐 동경의 대상이에요.

 

그런 시게 상이 마지막으로, 역시나 올곧게 부탁해 주셨던 것을, 계속 잊지 않으려고 해요. 모두가 말하고 싶었지만, 말할 수 없었던, 전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어느샌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포기해 버렸던 희망. 시게 상이 마지막의 마지막에, 당신은 여행을 떠난다면서도, 올곧게 말해 주셨던 그 말.

 

하지만 잊지 않는 것 만으론 추억으로 끝날 뿐일테니까.

 

시게 상이 노력하고 노력해서 밝혀주신 이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바람으로부터 지켜내고, 녹아버릴 것만 같을 땐 끊어지지 않게 다음으로 이어주고, 잊지 않도록, 포기하지 않도록, 언젠가가 다음이 되고, 내일이 되고, 오늘이 되는 그 날까지, 계속 지켜 갈게요. 그것이 시게 상에게 답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일 테니까.

 

지금까지는 'HKT48'(*키워드)으로 녹화해 왔지만, 이젠 그럴 수 없을테니까, 놓치지 않도록 '무라시게 안나'로 제대로 등록해 둘게요.

 

다시 한 번, 진심으로 10년간 수고 많으셨어요.

그리고, 많이 많이 감사했습니다.

 

정말 사랑해요!!!!!!!!